불한당- 중경삼림과 영웅본색의 정통후계자
내가 홍콩영화 새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홍콩영화를 좋아한다. 비디오의 감성이라고 할까? 영웅본색, 중경삼림, 천장지구, 등등등 90년대말 당시에도 이미 한시대 전의 영화를 보고 열광했던 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간도가 나왔을때 사람들은 홍콩영화의 적자가 나왔다고 했지만 한시대가 지나버린 간극을 적응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불한당을 보자마자 10분만에 알았다. 이영화야 말로 80년대말 90년대초를 휩쓸었던 홍콩느와르의 후계자구나 라고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설경구가 맡은 한재호 케릭터에서는 양조위가 보이고 임시완이 맡은 조현수 케익터에서는 장국영이 보였다. 무엇보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저 땀내에 쩔은듯한 머리, 당시 홍콩영화의 상징 아니었나 싶다. 영화는 부산이라는 항구를 배경으로 홍콩영화의 영향력을 단 한번도 숨기지 않는다. 아마도 감독은 상당한 비디오 키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디오 키드에게 홍콩 느와르는 언제나 매력넘치는 금광이었다. 감독들은 리메이크를 하거나 (재밌게도 설경구는 열혈남아라는 홍콩영화 리메이크작을 찍은적이 있다.) 홍콩을 배경으로 오마주를 하는등 그 영향을 숨기지 않았다. 그 수많은 영화중 불한당은 당시에 그 정서에 가장 가까운 감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네러티브보다는 이미지에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개연성은 충분히 떨어지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곳은 한국이 아니고 한국가 홍콩 사이에 어디쯤에 있는 한국어를 쓰는 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판타지 영화라는 말이다. 판타지 영화는 판타지 영화의 감상법으로 봐야한다.
오랜만에 본 설경구는 역시나 대단한 배우였다. 영화를 이끌어 간건 8할이 설경구였다.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삶을 조롱하는 그의 케릭터와 딱 맞아 떨어졌다. 마치 어릿광대 같았다. 임시완은 본인의 얼굴을 무척 잘알고 그걸 활용하려고 하는 모습이 꾸준히 보인다. 아직 좀더 갈고 닦아야 겠지만 연기는 무척 훌륭했다. 조명과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을 좀더 연구하면 무척 재미있는 배우가 될꺼라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도 이미 잘알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