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오키나와

문비치 리조트와 점심

ULURU 2018. 2. 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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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여동생이 선택했다. 처음에는 아기가 있어서 콘도형 숙소를 가려고 했었다. 방 4개에 거실과 주방이 있는 방을 알아봤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어느 티비프로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선택했다고 했다. 아기가 수영할수 있는 풀장이 있는다는점이 가장 큰 동기였다. 아기는 물을 좋아한다. 목욕을 할때마다 물장구치는걸 무척 즐긴다. 그런 아기라서 여동생은 함께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조금 낡기는 했지만 평이 좋았다. 해변에서 가까운것도 마음에 들었고 숙소바로 앞에 이런저런 식당이 많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문비치 리조트로 선택했다. 


리조트는 자연과의 조화 또는 밀림속에있는것처럼 느껴지는게 컨셉인듯했다. 리조트는 3층인데 가운데 중정은 뚤려 있었고 연못으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기다란 덩쿨들이 3층에서부터 내려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원숭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일본의 거품경제때 쌓아올린 크고 화려한 어떤 감성중 하나라 생각이 되었다. 낡았지만 기품이 있고 어딘가 엉뚱하지만 우아했다. 


우리는 일단 체크인을 했다. 여성 호텔리어가 우리를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매제는 숙소를 예약할때 바다가 보이는 방으로 부탁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2층에 바다가 바로 보이는 뷰가 아주좋은 방으로 배정 받았다. 우리는 일단 각자 방으로가서 짐을 풀고 바로 나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그나마 기내식이라도 먹었지만 부모님은 힘드셨을것이다. 일본에서의 첫끼니는 일본스러운 돈까스 집으로 정했다. 오키나와의 맛집중 한군대라는데 운좋게도 숙소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었다.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창밖을 봤는데 한눈에 반해버렸다. 창으로 바로 새파란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이 보이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몇시간전까지 눈보라와 사투하며 추위에 떨던게 꿈만 같았다. 날씨도 딱좋아서 긴바지와 반팔을 입으면 되는 날씨였다. 그렇다고 습하지도 않은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일단 옷을 가볍게 갈아 입었다. 숙소에서 신을수 있는 조리가 있어서 신기로 했다. 그러고 났더니 정말 휴가온거 같았다. 문을열고 나가기전에 다시한번 창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같았다. 블루라군에 나오는 낙원이 이런 모습일까 생각이 들었다. 생강양과 나는 다시한번 손을 잡고 문을 나섰다. 


방밖에는 어머니가 먼저나와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걷고 계셨다. 여동생은 방에서 겨우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버지까지 나오시고 우리는 리조트를 나섰다. 모두 많이 피곤했지만 들떠 있어서 피곤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리조트 입구에 커다란 이름 모를 나무를 지나  입구로 나섰다. 출발전에 프런트에서 받은 간이지도를 보며 길을 나섰다. 입구에는 경비실이 따로 있어 출입하는 차를 확인하고 있었고 그 바로 옆에 이자까야가 있었다. 우리는 눈을 반짝였다. 첫번째 목표가 될듯했다. 무엇보다 좋은건 입구끝에 삼거리에 로손 편의점이 있다는 거였다. 일본에서 아주 큰 즐거움중에 하나가 편의점을 터는거다. 그 중 가장 좋은게 로손의 모찌롤과 패밀리마트의 명란파스타다. 동생부부에게 모찌롤을 꼭한번 먹여주고 싶었다. 숙소에서 걸어갈수있는 편의점이 있다는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몇가게를 지나니 돈까스 집이 나왔다. 돈까스집은 전혀 돈까스 집처럼 생기지 않았고 심지어 맛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숙소로 오는길에 차를 타고 지나쳤던 가게였지만 우리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다. 일단은 소문을 믿고 가게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는 한산해 보였던 가게인데 안은 무척 북적였다. 우리는 한쪽에 따로 떨어진 공간에 따로 앉을수 있었다. 아기가 있는 우리에겐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연구하고 있는데 뭘 주문해야 할지 가름이 안되었다. 우리는 일단 아기가 먹을수 있도록 공기밥을 하나 주문했다. 돈가스집에 중앙에는 셀러드 바같은 바가 있었고 거기에 각종 야채 절임과 된장국, 두부를 셀프로 가져다 먹을수 있었다.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아기에게 먹일 생각이었다. 종업원이 와서 우리주문을 받고는 우리에게 한국사람인지 물었다. 그러곤 곧 한국어로된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나와서 의심스러웠다. 정말 맛집이 맞는건지 의구심이 들었다.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벌써 공기밥은 나왔고 된장국과 두부를 떠와서 아기를 먹이고 있었다. 우리는 메뉴판에 나와있는 대표메뉴중 골라서 6개를 주문했다. 각각 다른 6개를 주문한뒤 조금씩이라도 맛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대하던 오리온생맥주를 시켰다. 나바비루는 일본의 상징이고 그중 오리온 맥주는 오키나와에서만 파는 맥주라고 했다. 첫번째 가족여행, 그 중 첫번째 식사, 첫번째 건배를 했다. 맥주는 진짜 맛있었다. 정말 에비수 맥주보다 맛있었다. 아마 가족과 함께해서 더 맛있었던거 같다. 


음식이 나오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일단 우리는 셀프바에서 야채절임과 두부를 가져다 먹었다. 개인적으론 야채 절임이 기대되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늘 아채절임을 맛있게 먹어서 늘 궁금했었다. 조금 떠와서 맛을 보는데 여러 절임중 오이절임이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두부, 쫀득 쫀득하면서 약간 간이 된듯한 맛이 아주 훌륭했다. 절인 야채와 두부로 맥주한잔을 다 마실때쯤 돈까스 요리들이 나왔다. 내 인생 돈까스가 나왔다. 


돈까는는 정말 정말 훌륭했다. 이재껏 평생 먹어본 돈까스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냥 맛있는게 아니라 무언가 비법이 있는것처럼 맛있었다. 재료가 훌륭하고 요리솜씨가 좋은것도 있겠지만 무언가 레시피가 다른듯한 특별한 맛이 났다. 약간은 느끼한듯 하기도하고 지방은 튀긴듯한데 그다지 느끼지게 느껴지지 않는 맛이 났다. 맛있는 정통 일본 돈까스는 동물성 기름에 튀긴다고 들었는데 그런거 같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그런 맛이었다. 피고해서 입안이 까끗거리리는 상황에서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여기는 오키나와를 와서는 한번은 먹어야할 맛집이라고 인정했다. 

(방안에서 본 풍경)


리조트의 내부 모습


(내 인생 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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