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URU 2018. 2. 1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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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잠을 신나게 잤다. 많이 피곤했던것 같다. 생강양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더니 이미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 났더니 두통이 왔다. 신경을 많이 썼던게 이유였던거 같다. 두통약을 구하기 전까지는 어쩔수가 없었다.일단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저녁 역시 멀리 나가기보다는 가까운곳에서 먹기로 했다. 준비를 하고 방을 나오자 어머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서 재우고 있었다. 곧 아버지와 매제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여동생이 나왔다. 우리는 숙소 주변에 걸어서 갈수 있는곳을 알아봤다. 숙소 주변에는 상당한 번화가로 이자카야 라던지 밥을 먹을수 있는 집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고민을 하다가 따뜻한 걸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다들 지키기도 했고 약간 쌀쌀한 날씨이기도 했다. 따뜻한걸 먹으면 좀 좋아질꺼 같았다. 


우리는 걸어서 갈수 있는 곳 중에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하는 곳을 골랐다. 우연인지 몰라도 오키나와도 제주도 처럼 돼지가 유명하다. 흑돼지라고 하는데 그 돼지고기로 만든 샤브샤브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먹어볼수 없는 돼지고기 샤브샤브이기도 하고 찾아본 블로그에서 맛있다고 해서 궁금했었다. 우리는 어두워진 건물을 나섰다. 입구에 커다란 나무에 반짝이는 전구를 달아 둔게 참 이뻤다. 


샤브샤브 식당은 골목 안쪽에 있었다. 아마 모르고 지나갔다면 찾기 힘들었을꺼 같다. 지도를 보며 가면서도 이곳인지 아닌지 고민이 되는 그런곳이었다. 입구를 보기전까진 식당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골목길안쪽에 그나마도 주차장으로 입구가 가려진곳에 식당입구가 있었다. 식당은 절반은 테이블로 되어 있었고 절반은 좌식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기를 생각해서 좌식으로 결정했다. 메뉴는 몇가지가 있었는데 유명한 돼지고기 샤브샤브로 통일했다. 곧 버너가 두개가 나오고 야채가 가득한 냄비가 나왔다. 그리고 곧 꽃처럼 예쁘게 장식된 돼지고기가 나왔다. 조금 문화충격이었다. 식당은 유명하다고는 했지만 그렇게 비씬집도 그렇다고 고급집도 아닌데 음식을 내는게 아주 정성스러웠다. 야채도 하트로 내모로 잘라서 들어 있었다.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아주 맛있었다. 돼지고기 특유의 달콤함과 담백함이 잘 우러났다. 조금 느끼하기도 했지만 소스를 발라서 먹으면 먹을만했다. 무엇보다 국물이 아주 좋았다. 따뜻한 국물이 위속으로 들어가니 살꺼 같았다. 즐겁게 먹었다. 돼지고기 샤브샤브도 아주 별미라고 생각했다. 소금에 찍어먹는 맛이 아주 좋았다. 수육이나 보쌈과는 또다른 신선한 맛이 있었다. 우리는 열심히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죽이나 면을 선택할수 있었다. 냄비를 두개가진 우리는 한쪽에는 죽을 끓이고 한쪽은 면을 삶기로 했다. 일본사람들은 면을 좋할지 모르지만 우리 입맛에는 죽이 잘맞았다. 계란을 넣고 끓인 계란죽은 참 맛있었다. 샤브샤브집은 무언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집이 아니었다. 훌륭한 돼지고기와 신선한 야채와 잘끓인 육수가 어우러진 기본에 충실한 샤브샤브였다. 


먹고 나왔더니 두통이 사라졌다. 아마도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먹어서 였던거 같다. 우리는 배를 팅기며 숙소로 다시 향했다. 오늘을 이대로 보내기는 아쉬워 마트에 들러서 구경하고 먹거리를 사서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15분 가량 가야 하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운전은 이번에도 매제가 했다. 낮에 운전을 했었지만 야간운전이라 조금 긴장이 되었다. 마트로 가는 길은 조금 길이 좁은 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골목길도 아니고 양옆은 임야고 2차선 도로 하나만 구불구불하게 난 길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조심해서 운전을 했다. 조금씩 운전을 하다보니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 알았다. 아침에 우리는 신호등을 잘못보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신호등을 좀더 잘보고 다녀야 겠다. 


마트는 전형적인 일본 마트였다. 우리는 일단 각방에 가져갈 물을 사고 커피랑 우유를 샀다. 그리고 술을 골랐다. 아까 샤브샤브 먹으면서 아버지가 드신 술이 보이길래 샀다. 그리고 먹거리를 이것저것 샀다. 짭짭할 쌀과자도 사고 달달한 푸딩도 샀다. 그리고 식품 코너로 넘어갔다. 거기는 회가 있었다. 일본 마트에서 파는 회는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우리는 회도 이것저것 샀다. 아기가 먹을수 있을꺼 처럼 보이는 음식이 있길래 그것도 샀다. 그렇게 이것저것 정신 없이 고르다 보니 바구니 두개가 가득 찼다. 가격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감으로는 20만원 가량 나올꺼 같았다. 점원이 계산을 끝내고 보니 겨우 11000엔 정도가 나왔다. 11만원 정도인셈이다. 거듭 느끼는건데 일본은 생각보다 물가가 싼거 같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왔다 .부모님의 방에 술상을 차리고 차리를 둘러 앉았다. 아마 부모님과 마신 술중에 가장 달았었으리라. 


밤은 깊고 별은 반짝이고 파도소리는 감미로웠다. 약간 쌀쌀해진 바람은 싱그러웠다. 술에 취해 기분에 취해 한잔 한잔을 마시고 마셨다. 


행복한 밤이었다. 


(샤브샤브)

(화룡점정 예쁘게도 담아준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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