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오키나와

편의점 도시락으로 여는 완벽한 아침

ULURU 2018. 4. 1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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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느즈막히 눈을떴다. 생강양은 이미 일어나서 씻고 있었다. 아침에 문을 열어둔건지 파도소리가 들렸다. 아침햇살은 또 눈부셨다.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순간 꿈인줄 알았다. 꿈일꺼라 생각했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꿈이 아니었다. 우린 아직 오키나와에 있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날수 있었던 이유는 오늘은 호텔 조식 부페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재 크게 실망하고 생강양까지 동의하여 아침은 다른곳에서 먹기로 했다. 우리는 편의점 도시락을 생각했다. 덕분에 여유가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바다를 한번 감상하고 씻었다. 씻고난뒤에는 당연한듯이 부모님의 방에 모였다. 생강양과 나 여동생까지 이렇게 3명이서 호텔앞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편의점 도시락은 맛도 맛이지만 하나의 명물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가장 대중적 일본스러운 거라서 여행와서 한번쯤은 경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핑계를 대면서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에는 각양각색의 도시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말고도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았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커플도, 여행온듯 보이는 두여성도 각각 도시락을 사갔다. 우린는 종류별로 6개의 도시락과 음료 그리고 오뎅과 오텡국물을 샀다. 오뎅 국물이 국을 대신해 줄 것이다.

 

숙소로 들어갔더니 아버지 어머니가 밖에 나와 있었다. 좁은 방에서 먹기보다는 환한 앞마당에서 먹자고 했다. 제부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곳은 어제 맥주를 한잔 먹고 있었던 곳이었다. 바다 해변 바로 뒤에 건물쪽에 붙어 있는 잔디밭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였다. 정말 그림 같은 곳이었다. 눈을 돌리면 파란 잔디가 펼쳐져있고 그 끝에 야자 나무와 거기서부터 펼쳐지는 하얀 백사장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가운데 두툼한 나무로 만든 묵직한 테이블과 의자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무엇보다 좋은건 비수기여서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도시락을 차리고 밥을 다 먹을 때 까지 직원 한명이 지나간 것 외에 손님은 한명도 지나가질 않았다. 우리는 전세를 낸 것 마냥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편의점 도시락 6개와 오뎅국물이 담긴 작은 통을 놓으니 테이블이 가득 찼다. 그건 정말 예뻤다. 마치 그림속에 들어가서 그림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동생네 부부야 그렇다 치고 부모님이 좀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양도 제법 많아서 먹고 났더니 배가 많이 불렀다. 이제 오늘의 일정을 논의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역시나 할 일이 없었다. 오후에 국제거리 구경을 좀 하고 돈키호테에서 쇼핑하고 아메리카 빌리지에가서 미리 봐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코스였다. 그 전에 시간이 있음 경치좋은 까페에 가서 커피한잔을 하고 갈수 있을까 하고 있었다.

“굳이 멀리 갈 필요 있어? 여기 다있는데?” 생강양이 말했다.

“그래도 되겠어?” 내가 말했다.

“여기가 재일 좋은거 같아 위에 카폐도 있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랬다. 호텔의 2층 로비에는 바다가 보이도록 파라솔이 달린 하얀 테이블이 있었고 커피나 간단한 음료를 팔고 있었다. 우리가족은 이 호텔이 너무 좋았다. 어디 휴양지에가서 좋은 호텔에 묵으며 호텔에서만 노는 기분을 이해할꺼 같았다.

“그러면 치우고 올라가서 간단하게 커피 한단 하죠”

내가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나와 제부가 쓰레기를 모아서 방에 버렸다. 2층으로 내려가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생강양과 여동생은 테이블에 앉아서 쉬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기와 놀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아기도 기분이 좋은거 같았다. 연신 빵긋빵긋 웃으며 여기저기 호기심을 보였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주문을 미리 해 두었고 나는 추가로 커피와 케익을 주문했다. 개당500엔하는 조각케익을 먹어보고 싶었다.

 

커피는 하얀 도자기로 만든 커피잔에 담겨나왔다. 어릴적 집에서 보던 얇은 손잡이가 달린 커피잔이었다. 난 그게 너무 좋았다. 일본에서 커피숍을 가면 커피잔에 주는 집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게 문화충격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뒤로 커피잔에 커피를 주는집을 보지 못했다. 가뭄에 콩나듯 머그잔에 주는 집들이 있었고 일반적으로는 모두 종이컵이었다. 그런 가운데 처음으로 커피잔을 봤으니 말이다. 마치 멸종한 공룡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무척 좋다. 무언가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커피는 맛있었다. 아니 맛이 없을 수 가 없었다. 우리는 느긋하게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 어디를 가지 않는 만큼 여유가 더 생겼다. 정말 완벽한 아침이었다. 


(아침먹은 곳)


(아침 테이블)


(커피 마신곳)


(조각케익)


(커피잔)


(커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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