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배웅과 롯데리아
날이 밝았다. 아침에 생강양이 일찍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마지막 날인데도 하얀 커튼과 그 넘어로 보이는 백사장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니 처음 왔을때 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처음에 도착했을때는 3박 4일이 참 길다라고 생각했는데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지난 3일간 낙원에 온 기분이었다. 블루라군에 다녀오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 낙원이 막을 내리는 날이었다. 생강양은 짐을 싸고 있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언제나 그렇듯 집으로 가는 날은 우울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그랬다.
옆방에 부모님은 준비를 먼저 마치고 기다리고 계셨다. 부산행 비행기를 타시는 부모님은 오전에 먼저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셨다. 내가 매번 칭송하는 일본의 고소한 우유를 넣은 커피는 부드럽고도 쌉사름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즐긴 우리는 부모님과 공항으로 출발했다. 제부와 내가 공항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고 그 사이 여동생과 생강양이 남아 짐을싸기로 했다. 우리는 바로 부모님을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공항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렸다. 날씨는 여전히 좋았다. 파란하늘과 하얀구름은 우리가 처음 온날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사이 날이 더 따뜻해졌다. 이제는 아침에도 물놀이를 할수 있을꺼 같은 날씨였다. 이런날 왔다면 스킨스쿠버정도는 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도시가 나오고 공항이 나왔다. 오랜만에 도시를 보니 신기했다. 도시에 들어서자 아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여기가 일본인지 아님 동남아 어디인지 그것도 아님 싸이판이나 괌인지 실감이 잘나지 않았다.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깨끗한 거리와 편의점 정도일까 오히려 어디 동남아의 잘가꾼 관광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아마 그래서 더 좋았던거 같기도 하다.
공항은 공사중 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국제선 공항을 확장하는듯했다. 덕분에 우리는 한참 해맸다. 나중에 우리가 비행기를 탈때도 해맸다. 비행기는 국내석 공항에서 출발하였다. 작은 공항이라 한국가는 국제선은 딱 두창구만 열려 있었다. 둘은 옆에 딱붙어있는 창구고 둘 다 한국의 저가항공사이고 비슷한 시간대라 혼란스러웠다. 전광판이라던지 그런것도 재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는 물어물어 겨우 재자리를 찾았다. 부모님이 재대로된 줄에서 기다리는걸 보고 급하게 공항을 나왔다. 우리는 차를 몰고 다시 호텔로 출발했다.
한참 가다보니 롯데리아가 나왔다. 한국의 롯데리아랑 달리 일본의 롯데리아는 맛있다고 했다. 한국보다는 훨씬 수준이 높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처음가는 나라를 가면 꼭 가보는곳이 맥도날드다. 각국의 맥도날드마다 그 나라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는데 그걸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불고기 버거처럼 말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맥도날드는 먹어봤는데 롯데리아는 먹어보질 못했다.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롯데리아를 먹기에는 돈도 그리고 시간도 그리고 먹을 수 있는 횟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했다. 롯데리아를 보자 그 생각이 들었다. 제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재밌다고 롯데리아에 가보자고 했다. 우리는 차를 틀어서 롯데리아로 들어갔다.
롯데리아는 작은 단독건물이었다. 오키나와스럽게 뒷편으로 주차장이 있었다. 우리는 빠르게 주차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은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패스트 푸드 특유의 알록달록함이 있지만 세월에 닳아서 이제는 파스텔의 느낌이 났다. 하지만 일본 특유에 그리고 패스트 푸드점 특유의 깨끗함이 있었다. 아주 잘 관리 된 느낌이었다. 카운터에 서서 메뉴판을 올려보던 우리는 일본어를 읽을수 없어 사진이 가장 크게 전시된 4가지 버거를 주문했다. 금전적인 문제로 2개는 셋트로 2개는 버거만 했다. 혹시나 몰라서 톨비와 이것저것 하려고 2000엔과 동전을 가져왔는데 그걸로 사면 아슬아슬하게 톨게이트비가 남았다. 주문은 키가작고 오래된듯한 유니폼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 받았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손짓발짓으로 겨우 주문을 마쳤다. 가장 잘 팔릴듯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도 미리 준비해둔게 없는듯 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알록달록한 레자로 꾸며진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쪽면에 가나 초콜릿과 콜라보로하여 따뜻한 음료가 나오는거 같았다. 남자아이돌로 보이는 모델이 스키장같은 추운 곳에서 입을듯한 옷을 입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컵을 들고 있었다. 그제서야 지금이 사실은 추운겨울이라는게 실감이 났다. 오키나와여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더운것이지 사실은 일본도 한국도 무척 추운 겨울이다. 이제 잠시뒤에 비행기를 타면 다시 추운 겨울로 돌아가야 한다는게 말이다. 그렇게까지 생각이 들자 오키나와에 있는게 실감이 잘 안나게 되었다. 가상현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포스터를 보며 한참 쓸대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햄버거가 나왔다.
호텔에서는 생강양과 여동생이 짐을다 정리하고 아기 밥을 먹이고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고 그렇게나 좋아하던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확실히 일본의 롯데리아는 한국의 롯데리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정도로 훌륭했다. 햄버거 안쪽에 들어간 야채도 풍성했고 소스도 맛있었다. 그렇다고 막 맛있다는건 아니고 맥도날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정도는 되는거 같았다. 어째서 한국에서는 이렇게 팔지 안는지 궁금할 정도는 되었다. 햄버거를 먹고 나자 정말로 체크아웃을 해야할 시간이 왔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방을 돌아보고 짐을 가지고 로비로 나왔다.
(공항가는길)
(공항가는길)
(체크아웃 하기전에)
(마지막으로 바라본 바다)
(마지막으로 바라본 바다, 오늘 처음온 사람들이 있다.부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