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야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나왔다. 날씨는 더욱 따뜻해져 있었다. 오늘쯤 오는 사람들은 바다에도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괜스레 질투가 났다. 우리는 저녁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좀 있었다. 그래서 관광지다운 곳에서 밥을 한 끼 먹고 가기로 했다. 사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오키나와에 와서 그다지 다니지 못했기에 한 군데 정도는 그럴싸한 곳에 가고 싶었다. 마지막은 우휴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우후야는 우리 호텔에서 공항에 반대 방향에 있었다. 만일 공항을 좀 더 편하게 가고 싶다면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야만 했다. 좀 미안했지만 따라와 주어서 고마웠다.
가는 길은 내가 운전을 했다. 그리고 생강양을 옆자리에 태웠다. 내가 운전할 때는 매번 재부가 옆자리에서 길을 알려 줬는데 마지막이니 이런 분위기도 내보고 싶었다. 여동생과 제부는 뒤에서 아기를 돌봐야 했다. 우후야는 생각보다 더 산 깊은 곳에 있었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작은 도로를 한참을 가야 했다.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작은 도로인데 관광지답게 대형버스들이 많이 들어가고 나왔다. 맞은편에서 나오는 버스라도 만나면 아찔했다. 한참을 들어가다 보니 비로소 큰 공터가 나오고 옆에 으리으리한 저택이 산을 타고 서 있었다.
운이 좋게 우리는 1층에 그것도 산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마 티브이에서 봤던 자리이거나 그 옆자리 인듯했다. 바로 옆에 바위가 있고 폭포가 있었다. 풍경이 가히 좋았다. 식사는 맛을 본다는 느낌으로 이것저것 시켰다. 메밀국수와 생강구이 정식 그리고 돈가스를 시켰다. 한국에서 알아보고 갈 때는 20겹의 돈가스 인지는 하루 몇 그릇만 파는 한정상품이라고 했는데 정책이 바뀐 것인지 오해가 있었던 건지 그건 아닌 거 같았다. 우리는 꽤 늦게 들어갔는데 여유롭게 주문할 수 있었다. 이 집이 디저트가 맛있다고 해서 디저트도 주문했다. 우휴야 볼이 유명하다 해서 3개를 주문하고 맛을 본다는 생각으로 흑설탕 푸딩을 하나 주문했다.
음식 맛은 그냥 그랬다. 사실 아기가 갑자기 투정을 부려서 제대로 맛을 보지 못했다. 생강구이 정식은 괜찮았고 돈가스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우리가 며칠 전에 너무 맛있는 돈가스를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한정상품으로 할만한 맛이 아니었다, 국수는 온 국수였는데 그냥저냥 맛있었다. 그렇게 먹으려고 하는데 아기가 투정을 부려서 동생 부부가 먼저 아기를 보고 우리 부부가 빛의 속도로 먹고는 아기를 봐야 했다. 우리가 아기를 보고 있으면 동생 내는 또 우리에게 미안하여 허겁지겁 급하게 밥을 먹었다.
사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건 디저트였다. 방송이나 다른 책자에는 우휴야 롤을 추천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리도 1인 1우후야 롤을 먹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건 흑설탕 푸딩이었다. 크리미한 크림 위에 흑설탕을 태워서 만든 막을 씌워주는 것인데 유리막처럼 변한 설창을 숟가락으로 탁하고 내려쳐 깨어 크림과 같이 먹는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오키나와가 대대로 흑설탕이 유명해서 그래서 만든 그 냥 저냥한 관광지의 상품이라 생각했는데 그 정도의 차원이 아니었다.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오키나와에서 먹은 것 중 두 번째로 맛있었다. 아기 때문에 하나만 먹고 나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