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오키나와

두번째 오키나와 마에다 곳과 kaijin cafeteria

ULURU 2019. 5. 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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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 곳

방에 들어가니 장모님은 나갈 준비가 거의 다 끝나 있었다. 생강양과 난 간단하게 씻고 빠르게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정작 준비를 하고 있지만, 눈은 자꾸 창밖으로 향했다. 비가 오는 건 아닌지, 하늘은 좀 갰는지가 걱정되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 듯했다. 이전에 왔을 때처럼 쨍하고 맑은 날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비가 온다거나 아님 비 오기 직전에 습한 날씨는 아니었다. 우리는 제발 비만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장모님이 그동안 기도한 거 방생한 거 한방에 모아서 날씨가 맑아지길 바랬다.

 

처음 이날 계획은 야외에 있는 곳들을 가는 것이었다. 일단 가까운 마에다 곳을 가서 잠깐 구경을 하고 잔파 등대를 갔다가 류큐무라를 가는 것이었다. 기준은 숙소의 남쪽에 있는 곳이면서 야외에 있는 곳을 위주로 선택했다. 이 다음날의 계획이 츄라우미 수족관이어서 숙소 북쪽에 있는 곳이었고 그날은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어서 실내를 위주로 다닐 생각이었다. 류큐무라는 일종의 민속촌 같은 곳인 이라 호기심이 일었다. 욕심 같아서는 슈리성도 가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가면 장모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참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일단 가까운 마에다 곳을 향했다. 생각해 보니 이때가 한 시쯤 된 거 같다. 애당초 무리한 계획이었던 거 같다. 마에다 곳은 스쿠버아디빙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었다. 비록 우리가 바다에 들어가지는 못할지라도 거기 가면 발이라도 담 구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출발했다. 지도를 따라 한 30분쯤 가니 마에다 곳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료는 시간당 100엔이라고 했다. 다이빙으로 유명한 포인트답게 주차장에는 젊은이들이 다이빙복을 입고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다이빙을 하러 온 사람도 있었지만 아마 강사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인듯한 사람들이 아예 죽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거 같았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마 여기 다이빙을 하러 오지 않은 케이스는 우리 일행이 유일한 거 같았다.

 

주차장의 바로 위에는 매점이 있었다. 식당도 겸하는 듯 간단한 덮밥이나 소바를 팔고 있었다.  매점 뒤편으로 절벽이 펼쳐져 있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처음 계획은 여기서 한 10~20분 정도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유명한 관광 포인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뭔가 볼거리가 많은 곳도 아니었다. 그저 다이빙으로 유명한 그리고 바닷속이 아름답다고 하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정자에서 바라본 모습은 놀라웠다. 깎아지는 절벽별 뒤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또 화강암인지 현무암인지 용암으로 된듯한 바위들이 이국적이었다. 나중에 찾아간 유명한 진파곳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정자 옆으로 바닷가 쪽으로 갈 수 있는 간단한 길이 있었다. 아마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그 길을 통해 바라로 내려가는 듯했다. 우리는 좀 걸어보기로 했다. 길 양쪽으로 남국의 열대 식물들이 이국적인 경치를 만들고 있었다. 그 사이를 조금은 황량에 보이는 그사이를 통과하자 놀랄만한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연신 사진을 찍었다. 경치가 너무 황홀해서인지 다리가 아프신 장모님도 곧잘 걸으셨다.

마에다 곳

걸으면서 연신 사진을 찍으며 뜬금없지만, 제주도 생각이 났다. 그 옛날 부모님들이 신혼여행을 가는 제주도가 그랬을까? 우리가 일본 하면 그리고 오키나와 하면 생각했던 그 모든 것보다 이국적인 돌과 바다. 그리고 식물 따위가 장모님을 움직이도록 했다. 옛날 제주도 바닷가에서 신혼여행 사진을 찍던 부모님처럼 말이다. 우리는 바다 바로 앞에 있는 바위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마치 앨범에서 본듯한 사진이 나왔다.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좋은 시절은 좋은지 모르고 지나가고 무릎 아픈 할머니가 딸의 손에 의지해서 걷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생강양을 보았다. 우리에겐 아직 좋은 시절이 남아있다. 생강양이 할머니가 되기 전에 좀더 좋은 곳을 그리고 많은 추억을 쌓아야겠다. 이날 찍은 마에다 곳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잘 나왔다.

산책로 주변에 이런 나무들이 즐비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날 이곳에서 장모님은 정말 잘 걸으셨다. 우리는 거의 두시간을 걸었다. 신이 나신 장모님은 직접 먼 길을 선택해서 구경하셨다. 마법 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곧 마법이 깨지는 순간이 왔다. 우리는 배가 고파왔다. 생각해보니 우린 거의 2시간을 걷고 있었다. 처음 계획이 마에다 곳 15분 잔파등대 15분 구경하고 잔파등대 근처의 예쁜 카페에 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럴 시간이 없을 거 같았다. 예쁜 카페보다 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필사적으로 검색을 했다. 이 근처에서 밥을 먹을 생각이 없어서 식당을 찾아 둔 곳이 없었다. 구글 지도를 보며 검색한 끝에 식당이 하나 걸렸다. 우리는 급히 차를 몰아 식당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아니 오키나와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회와 해산물이 올라간 덮밥이었다. 그래 이제는 “이다”가 아니라 “이었다.” 밥 위에 올라간 알록달록한 여러 가지 해산물과 그 중에 있는 붉은색 연어 알은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때마다 무슨 맛인지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유명한 “해선 식당”이었다. 원래는 첫날 갈 생각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가고 숙소에서도 너무 멀어서 못 가는구나 싶었는데 검색을 하다 보니 비슷한 곳이 걸렸다. 이곳도 작은 어촌마을에 있는 공판장 2층에 자리한 곳이었고 해선 식당에 파는 메뉴는 거의 다 팔았다. 내가 생각했던 해산물 덮밥도 있었다. 규모가 좀 더 작고 소박할 뿐이었다. 식당 이름은 "kaijin cafeteria" 였다.

 

식당 앞에는 20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다. 차는 한 반쯤 차 있었던 거 같아. 급하게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갔다. 라스트 오더가 3시 반까지였나 그랬고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3시 20분이었다. 주문은 식권 발권기로 가능했다. 우리는 명물이라는 오징어 먹물 국부터 이것저것 많이 시켰다. 밥과 국으로 된 정식이 1000엔 조금 넘는 가격으로 부담이 없었다. 우리는 일단 덮밥 종류로 3개를 시키고 생선구이 정식을 추가했다. 3가지 정식은 도합 3,380엔이었고 생선구이 정식은 딱 1000엔이었다. 일본말을 못 하고 이런 식당에 이런 음식을 처음 먹는 어리버리한 여행자였지만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식권 발권기 옆 자판기에서 녹차를 하나 뽑고 나니 온수기에 든 따뜻한 녹차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건 꼭 돈을 쓰고 나야 눈에 들어왔다. 식당 한편에서는 동네 노인으로 보이는 분 3분이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생선구이 정식 유일하게 느끼하지 않았다. 담백하고 단단한 살이 맛있었다. 다만 가시가 좀 많은 고기여서 먹기 불편했다.
정식 이것저것 맛보라고 있는 매뉴인듯 하다,. 우리도 이것저것 먹어볼려고 주문했다. 왼쪽 아래의 밥은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비렸던것 말고 무슨맛인지 생각이 안난다.
왼쪽 상단은 해산물 덮밥이고 왼쪽 하단은 간장에 양념된 회덮밥이다. 둘은 먹을만 했다. 만약 한국처럼 깔끔한 국이라도 있었다면 다먹었을거 같다. 하지만 오른쪽 해초가 들어간 된장국이 너무 비렸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음식이 나오고 딱 한입을 뜨고 나서야 생각했다. “아 내가 비린걸 못 먹지......” 일단 해초가 들어간 된장국이 비렸다.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국도 비렸다. 해산물 덮밥은 신선하고 맛있었지만 역시 비린내가 좀 올라왔다. 회덮밥이 그나마 덜 비렸다.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 먹고 뿌려 먹고 해도 비린내가 났다. 생강양은 나보다 비린 음식을 좋아했지만, 생강양도 입에 맞지 않아 보였다. 느끼하다고 했다. 장모님도 생각보다 별로였는지 많이 드시지 않았다. 나만 오기로 꾸역꾸역 먹었다. 아까워서 먹었다. 이걸 그렇게 먹고 싶어 하고 기대하고 힘들게 찾아온 게 아까워서 내가 다 먹었다. 사실 몇몇은 맛있기도 했다. 새우살은 아주 달달했고 연어 알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비린내 나는 된장국은 모든 걸 비리게 만들었다.
“사이다 하나 사 먹으면 안돼?”
밥을 다 먹고 나오며 생강양이 처음으로 사이다를 찾았다. 느끼했다고 한다. 자판기에 사이다가 없어서 콜라를 마셨다. 그래도 그토록 기대하던 음식을 먹고 실망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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