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즐겁게 밥을 먹고 나왔다. 밥도먹고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즐겁게 쉬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 가까운 바에서 커피를 마셨다. 외각지역이어서 그런지 커피가격도 쌌다. 바에서 마시는 커피가격이 2잔에 1유로였다. 확실히 피렌체가 로마보다 물가가 샀다. 커피를 마시고 산타크로체 성당으로 갔다. 성당은 식당에서 아주 가까웠다. 성당앞에는 광장이 있었는데 광장에 꽃밭을 만들어놨었다. 광장에 꽃밭 그리고 그 뒤로 하얀성당이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배경이 이뻐서 그런지 사진이 참 이쁘게 나왔다. 다만 아쉬운건 우리 둘이 같이 찍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셀카로 만족해야 했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는 성당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는 또 반대쪽에 있었다. 우리는 또 한참을 돌아서 입구를 갈수 있었다.
산타크로체 성당역시 피렌체카드를 사용할수가 있었다. 성당안은 메디치 가문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개인 성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와 마당은 메디치가의 묘비로 이루어져 있었다. 묘비가 얼마나 많은지 바닥부터 벽까지 빼곡하게 차있었다. 어쩔수 없이 묘비를 밟고 지나갔지만 찝찝한 면이 없지는 않았다. 조금 미안한 감정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서양애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밟고 다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린 조심스럽게 다녔다. 묘비를 지나서 성당안으로 들어가니 놀라웠다. 분명 성당 외부만 보면 다른 성당에 비해 초라해 보였다. 한 가문에서 사용하는 성당이라고 해서 기대를 접고 들어갔는데 여느 다른 성당이랑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유명하지 않는 일반 성당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화려했다. 천장은 거대한 아치를 이루고 있고 스테인글라스가 놀라웠다. 몇몇 예술품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다지 감흥도 없었고 다른곳에서는 보기 힘든 스테인 글라스만 눈에 들어왔다. 생강양은 이제 성당은 지겹다고 했고 나역시 동의했다. 목도 아프고 발도 아팠다. 성당은 내부보다 외부가 더 아름다웠다.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나와서 베케오 궁전을 가기로 했다. 아침에 그 난리를 지겼는데 그래도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바로 옆에 자리한 우피치무술관은 반나절에 보기 힘들꺼 같아서 다음날 아침으로 미뤘다. 산타 크로체 성당에서 왼쪽 골목을 보면 두오모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쪽을 통해서 두오모를 가서 다시 아래로 주욱 가면 세료리아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피렌체에서 유명한 조각상들의 모조품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포세이돈으로 보이는 분수가 무척이나 화려했다. 사람들은 거기에 앉아 먹을걸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여유가 참부러웠다. 미술품들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것, 삭막한 한국에서 디자인을 배운사람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감각을 보여주는것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베키오 궁전의 첫인상은 귀엽다는 거였다. 딴에는 무척이나 신경쓴것처럼 보이고 싶어했지만 그 의도가 너무나 빤히 보였다. 들어가서 처음 보이는 것이 거대한 회당인데 천장에는 메디치가에서 벌인걸로 추정되는 전쟁의 그림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벽쪽에는 조각들이 차례로 들어서 있었는데 그 주제가 신화라던지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투나 격투에서 승리하는 장면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메두사의 목을 들고 있는 페세우스라던지 켄타우르스를 처단하는 순간의 헤파이스토스같은 장면 말이다. 그런 조각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고 그 중간엔 뜬금 없이 교황의 석상이 있었다. 메디치가에서 배출된 교황이라고 했다. 유치하게도 그 석상의 이름이 승리였다. 자신들의 모든 전투가 신화에 나오는 승리에 비견된다고 말하고 싶은게 너무 노골적으로 들어나 있었다.
베키오 궁전에는 메디치가에서 쓰던 방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또한 엄청나게 화려했다. 도저히 한 가문의 궁전이라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째서 이 건물에 궁전이라는 명칭을 쓰는지 알 수 있을꺼 같았다. 도대체 메디치가문이 돈이 얼마나 많았으면 크지 않는 피오렌티나 지역과 피렌체만을 영토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이정도로 화려할수 있는지 놀라웠다.
베키오 궁전을 보고는 숙소로 저녁먹으로 오는 길에 꼬나드에 들러 와인을 샀다. 목적은 밤에 한잔을 마시고 자는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초의 계획은 밥을 먹고 나가서 커피를 한잔하고 그리고 야경을 구경하다가 늦게 들어와서 와인을 마시고 잠을 자는거였다. 다만 꼬나드는 일찍문을 닫는다고 했고 그전에 구입해서 숙소에 둘 생각있다. 피렌체에서는 끼얀띠라는 와인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 와인을 사왔다. 그런데 밥을 먹고 잠시 침대에 앉았는데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피곤했다. 사람들이 왜 유럽으로 신행을 안오는지 알꺼 같았다. 결혼이라는게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더욱 피곤한 일 같았다. 우리는 서로 말하진 않았지만 둘다 다시 나가기 싫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냥 와인을 따버렸다. 피곤한 상태에서 마시는 와인은 최고의 수면제이다. 생강양은 와인을 한잔 마시고는 뻗어 버렸고 난 남은 와인을 처리하자마자 생강양을 따라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