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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강아지와 사는법

이노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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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랑 사다는건 참 다사다난한 일이다. 예측 불가능한 천방지축인 생명체가 내삶에 들어온다는건 매일이 사고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당황스러운게 강아지가 아플때 일것이다. 사람이라면 말이라도 하지 강아지는 특성상 아픈척도 하지 않는다. 멀쩡한척 별일 없는척하다 참다참다 못하면 마지막에 증상이 나타나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강아지가 어떤 증세가 있다거나 먼가 이상할때는 심장이 철렁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 첫번째 일이다.


꽤 오래전 일이다. 이사를 하기전이고 하니 한 2년쯤 전이었고 막 더워지기 시작하때쯤이었다. 강아지가 우리집에 오고나서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때 일이다.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오니 강아지가 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기침이 아니라 꼭 사람의 마름기침 처럼 콜록 거렸다. 퇴근하고 바로 집에 왔으니 7시가 좀 넘었을것이다. 그때부터 콜록이더니 멈추지 않고 콜록콜록 거렸다. 집에서 밥을 먹고 쓰담쓰담좀 해주다가 생강양을 대리러 갔디. 당시 생강양은 9시가 넘어서 마쳤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나는 차를 타고 생강양을 대리러 갔다. 운전을 해서 가는대 조수석에 앉은 강아지가 연신 콜록이고 있었다. 집에서는 "아 강아지도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는걸까" 정도로 생각했었는대 좁은 차안에서 계속 콜록이니 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강양을 태우고 집으로 가는 내내 콜록였다. 차안에서 있었던것만 한시간반쯤 되니 걱정이 많이 되기 시작했다. 생강양도 걱정이 되던지 병원을 가보자고 했다. 당시 우리가 다니던 사당의 병원은 24시간 운영을 한다고 했고 우리는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상하게 병원에 가기로 결정을 하자 강아지가 더 걱정이 되었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고 주위에서 들은 내용중 안좋은 내용만 생각이 났다. 생강양의 친구내는 강아지가 신발을 씹어먹어서 수술을 했다고 했고 나의 직장동료는 고양이가 소변을 못봐서 투석을 하는대 몇백만원이 깨졌다고 했다. 우리는 이야기를 할수록 더욱 어두워 졌다.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 들어간 병원은 낮의 그곳과는 달랐다. 낮에 환한 조명아래서는 깔끔하고 편한 분위기였고 친절한 직원들과 의사분들이 계셨다. 강아지들은 자유롭게 다녔고 보호자들은 편하게 있었다. 하지만 밥에는 달랐다. 아마 밤에만 근무하는 나이든 의사분 한분만 계셨고 아이들은 케이지에 있고 불은 다꺼져 있었다. 음침한것이 꼭 공포영화에 나올것 같았다. 우리는 일단 의사선생님께 강아지를 보였다. 의사 선생님은 특별한점은 없지만 정확히 확담할순 없다고 했다. 가끔 먼지를 먹고 기침을 할순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긴시간을 기침을 하고 뭘 잘못먹었을수도 있지만 확인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좀더 정확히 알수 있지만 그건 비용이 따로든다고 했다. 안그래도 야간 진료라 주간진료의 2배의 비용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생각나지 않지만 진료비와 엑스레이비까지 해서 12만원이었던거 같다. 우리 부부에게 12만원은 무척 큰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힘들때였다.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 그래도 확인해보자고 했다. 최소한 엑스레이를 찍으면 뭘 잘못먹었는지는 알수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자고 했다. 엑스레이는 병원의 가장 깊숙한곳에 있었다. 그곳에 가기위해서는 진료실을 강아지들을 처치하고 강아지들이 자는 케이지를 쌓아둔 방을 지나가야 했다. 그방에 불을켜자 잠에서깬 강아지들이 마구 짖었다. 테이블에는 주사기나 핀셋같은 의료 용품들이 있었고 잡에서 덜깬 강아지들은 악을쓰며 짖었다. 진짜 로키호러픽쳐쇼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강아지도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내품에 더 파고들어왔다. 나는 강아지를 위로하기 위해 더욱 꼭 안았다. 


드디어 엑스레이가 있는 방에 왔다. 의사가 엑스레이기계를 키자 특유의 우웅~ 하는 소리가 났다. 문제는 강아지를 옆으로 눞여서 찍어야 하는데 의사는 한명뿐이라는 거였다. 당연히 강아지가 가만히 누워 있을리도 없고 힘으로 눞여야 했다. 내가 도와서 강아지를 눞이면 의가사 한손으로 강아지를 잡고 한손으로 기계를 조작하기로 했다. 일단 강아지를 옆으로 눞이는대 당연히 강아지를 싫다며 발버둥을 쳤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가 겨우 사진을 찍을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놀란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좀 걸으며 진정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대 강아지가 기침을 멈췄다. 아직 엑스레이 사진이 나오지도 않았는대 기침이 멈췄다. 아까 무서워서인지 아님 발버둥치다 무언가 내려가서 인지 더이상 기침을 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그저 땅에 내려온게 신나는지 여기저기 냄세를 맡고 다녔다. 기침을 하지 않느며 말이다. 우리는 황당했다. 의사에게 진찰받고 엑스레이사진까지 찍으려 거금을 썼는대 말이다. 


당연히 엑스레이에는 문제가 없었다. 얼마전 삽입한 칩위치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코에 먼지같은게 들어갔는데 아까 발버둥치다가 내려간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허무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아 그리고 덕분에 그 달 우리부부는 쫄쫄 굶었다. 



(해운대에서 코에 모래 묻히고)




(크리스 마스 기념 기념)


(이럴때 보면 우아하고 도도한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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