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신혼여행기-이탈리아

신호여행기 #4 콜로세움 그 거대한 쓸쓸함에 대하여...

반응형

신혼여행기 #4
콜로세움 그 거대한 쓸쓸함에 대하여...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사실 시차적응이 안되어서 눈이 떠졌다. 4시반에 말이다. 침대에서 생강양이 깨길 기다려서(생강양은 5시에 일어났다) 수다를 떨다가 아침 먹으러 나왔다. 침대에서 수다라니 너무 신혼부부 답지 않은? 부억에서는 중국인 가정부가 아침을 해주는데 상당히 훌륭했다. 한국어라고는 한마디도 모르는데  간도 잘맞고 양도 풍부한  훌륭한 한식이었다. 우리는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나는 원래 아침을 안먹고 생강양이 좋아하는데 나도 많이 먹었다. 그래야 움직일수 있으니깐 말이다. 아침을 먹는데 한국에서 온 노부부 두분이 오셨다. 자식들을 모두 장성시키고 두분 여행오셨다고 했다. 따님이 독일에 있어서 쉽게 올수 있었다고 하셨다. 생강양과 나는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늙으면 같이 여행다니자고 했다.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노부부는 언제 보아도 이쁘다는거에 우리둘은 120% 동감한다.

밥을먹고 콜로세움을 향해 갔다. 그나마 로마에 와본적있고 콜로세움도 가본적있는 생강양이 지도를 잡고 길안내를 했다. 길을 나서는데 길들이 너무나 놀라웠다. 골목골목마다 모든 모퉁이마다 아름다웠다. 건물들 하나하나는 예술품이었고 그건물들이 모여서 만든 길은 작품이었다. 모퉁이를 돌때 마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반겨줬다. 길을 가다가 중간에 너무도 아름다운 길이 하나가 나타났다. 도저희 그냥갈수가 없어 생강양을 설득해서 그리로 가보자고 했다. 돌계단으로 된 길이 아치아래를 지나가는데 그게 너무 아름다웠다. 길은 콜로세움 방향으로 나있었다. 어째든 그리로 가면 나올듯 했다.  설득을 해서 들어가니 길 안쪽역시 어쩜 그리 아름다운지....아름답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한데 아름답다는 말 말고는 이 놈의 도시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탈리아 인들에게 아름다움이란 단지 미추의 문제가 아닌 최고의 선이자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런 감각이 타고 나는 거겠지....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에 작은 빵집에 들러 빵을 하나 샀다.달달한 빵인데 중간에 호두가 잔득들어가 있었다. 빵은 키로단위로 팔았고 200그램 이 좀 안되어서 3유로 정도 했다. 아주머니는 불친절했지만 빵은 맛있었다. 사실 이탈리아의 커피숍을 재외한 일반상점에서 친절은 기대할 수가 없는거 같다. 어딜가나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불친절한것도 아니도 그냥 그렇다. 그래도 정감이 간다고 해야하나....어째든 빵은 무척 맛있었고 유용했다. 걷다지치서 쉬며 한입배어물면 힘이 났다.

골목을 지나니 생강양이 이 골목만 빠져나가면  콜로세움이 보일꺼라고 했다. 그리고 콜로세움을 처음볼 나를 위해 이벤트를 제안했다. 나에게 눈을 감고 걸어가자고 했다. 나는 콜로세움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에서 눈을 감았고 생강양이 길안내를 해줬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서 눈을 떴을때......공룡처럼 거대한 건물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도록 서있었다. 헉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나는 놀라움과 경의로움과 신비함을 담아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 말그대로 인디언 처럼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기 또 미친놈이 하나왔내'라는 표정으로 다들 쳐다봤지만 그런거에 신경쓰고 싶지 않을만큼 콜로세움은 경이로웠다. 아침 햇살이 상층 아치를 비추고 그 아래 층은 그늘져있었다. 아치하나하나가 너무도 정교하고 놀라웠다. 눈물이 날꺼 같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콜로세움 아래를 한바퀴 둘러보고 표를 사기위해 줄을섰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본 콜로세움은 더욱더 웅장해 보였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기나 내연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인력과 간단한 도구만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예술품은 비록 돌덩이 이지만 살아 숨쉬는거 같았다. 마치 잠들어 있는 거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래쪽을 한바퀴 둘어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입장이 되는 시간이 아닌데도 꽤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잠깐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입장가는 시간이 되어 콜로세움으로 들어갔다. 표는 콜로세움 내부에 들어가서 사는거였고 표를 사려고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잠들어 있는 거대한 거인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떨림? 흥분? 어째든 묘한 감정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너무나 즐겁게 읽었고, 카이사르의 팬으로써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가본다는건 너무나 흥분되는 기분이다. 예전 넥스트 콘서트를 처음 보러 갈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기다린 만큼 더 클수도 있겠다.  만나지 못할줄 알아았던 사람을 만나는 느낌? 그 자취를 찾아가는 느낌?  어째든 콜로세움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의 짜릿함은 잊기 힘든 기억이다. 

콜로세움 안에 고양이가 한마리 살고 있었다. 까만털에 큰눈이 인상적인 예쁘고 도도한 녀석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석은 카메라를 들이밀자 포즈를 취해 줬다. 사진을 찍는 동안 연신 하품을 하며 귀찮은듯 보였지만 그래도 얌전히 기다려 줬다. 사진을 다 찍고 그녀석에게 줄 먹을꺼기가 있을까 했지만 내가가진건 물 두통이 다였다. 그 녀석은 다 안다는듯이 또 여유롭고 도도하게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쳐둔 쇠창살 사이로 사라졌다. 슈퍼에서 잘라미 하나정도 사둘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드디어 콜로세움에 들어왔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콜로세움에 도착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샌스가 떨어지는건지 이걸 어떤식으로 표현해야 그 느낌이 그 감동이 전달 될지 아직도 모르겠다. 콜로세움에 들어서는 순간 난 들을수가 있었다. 여기서펼쳐지던 수많은 격투와 함성 비명 탄식을 말이다. 햇살을 하늘 높이 에서 상층 아치에 걸려있었고 나는 잠깐 로마에 갔다왔다. 내부에서 보는 콜로세움은 더욱 거대했다. 지하부터 지상 3층까지 있는데 한층의 높이가 지금 생각하는 한층의 높이보다 훨씬 높았다. 모르긴 해도 3층 정도는 될꺼 같았다. 거기다 지하까지.....지하에 석조 구조물을 두고 그위 나무 판낼을 깔고 그위에 흙을 뿌려 땅 처럼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경기를 할때마다 지형을 바꾸기 용이하고 지하에서 동물이나 참가자를 올려보내기 위함이라고 했다. 잔인한 경기를 위해 더욱 자극적인 경기를 위해 얼마나 고민을 한걸까? 엔터테이먼트의 기초는 참가자의 잔인함과 거기에 반대되는 관람자의 안전함인거 같다.

콜로세움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지하의 건축물까지 아치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상층부는 모두에게 보여지는 부분이니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든다고 해도 지하는 대중에게 보여지는 곳이 아니다. 기껏해야 검투사나 그곳에서 일하는 하층계층만 드나드는 곳이다. 거기에 문은 소박하게 내모모양으로 만들수도 있다. 오히려 그편이 만들기고 편하고 관리하기도 편할것이다. 양쪽에 벽돌을 세우고 긴 돌을 돌로 천장을 만들면 문이 완성되는 것이다. 아니 천장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궂이 아치형 문을 만든건 어디에서 라도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자부심이 아닐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아름답게 만들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팬티까지 멋진걸로 입는 멋쟁이를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콜로세움의 2층은 박물관처럼 꾸며저 있었다. 콜로세움에서 발견된 유물들과 그 시대상을 대충이나마 보여주고 있었다. 콜로세움은 원래 더욱 화려했는데 르네상스시대에 귀족들이 거기있던 장식을 가져다 썼다고 한다. 그래도 남은 것들을 보면 당시 콜로세움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알수 있었다. 작은 문하나 석주하나 고지 곧대로 만든게 없는거 같았다. 모두 화려한 장식들을 달고 있었다고 한다. 2층에서 내려본 콜로세움은 또다른 느낌이었다. 폐허가 된 지하층이 적나라게 보여서 인지 폐허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바닥 까지 보이는 콜로세움은 과거의 영광과 거대한 문명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었다.

관광을 마치고 콜로세움에서 나오니 수많은 인파가 콜로세움을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일찍보고 나온 우리는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며 콜로세움에서 나왔다. 

콜로세움의 앞에는 개선문이 있었다. 개선문의 뒷쪽으로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의 폐허가 보였다. 우리는 이번엔 거대한 폐허 속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