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친구, 백발의 바리스타와 그만큼 나이먹은 거피숍
개인적으로 커피를 잘 모른다.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맛있는 집을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다. 뭐가 맛없는지는 알겠지만 뭐가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미식가라거나 그런것도 아니다. 그냥 주는대로 잘먹는다. 고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가 되겠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고 드립보다는 아메리카노가 좋다, 에스프레소도 가끔 마시고 시거나 과일향보다는 묵직하고 다크한 커피를 더 좋아한다. 그래도 집에 커피머신과 글라인더가 있어 커피를 내려먹는다. 얼마전까지 1키로씩 싸게 파는 인터넷 상점에서 사서 두달씩 먹었는데 얼마전부터 소량씩사서 신선하게 먹는다. 커피가 두달쯤 되면 무척 맛이 없는데 그래도 잘먹었다. 그런대도 한번 맛을 들이니깐 다시 돌아가기가 힘들었다.
매일 차를 타고 지나다니던 길이었다.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던 카페를 가본건 3주전쯤이었다. 마침 집에 원두가 떨어졌고 이전에 사던 커피숍에도 원하던 원두가 떨어진 차에 생각나서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가 보였고 백발이 성성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상상했던 비주얼이 아니었다. 가게는 바리스타의 풍경처럼 나이가 들어 있었다. 낡았다는 말이 아니다. 오래된 가구처럼 나이를 먹어 있었다.
아마도 사장님으로 보이는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사로 왔노라 물었다. 커피빈을 잘 모르니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새콤하기보다는 묵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리스타는 능숙하게 몇가지 이름을 읊어줬고 그중에서 탄자니아를 선택했다. 바리스타는 본인도 아주 좋아하는 품종이라며 거들어줬다. 늙은 바리스타와 함께 일하던 젊은 바리스타가 찬장에서 병을꺼내 원두를 담아줬다. 안쪽에서 커피 마시는 젊은 사람이 보였다. 하얀 커피잔에 담긴 커피가 맛깔나 보였다. 다음에는 커피를 한잔 마셔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계를 나섰다.
원두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묵직하고 진중하면서도 쓰지않은 G바겐 같은 맛이었다. 원두는 10일만에 떨어졌고 나는 다시 커피친구를 찾았다. 역시나 나이든 바리스타가 있었다. 저번에 사고간 원두가 무척 맘에들어 다시 왔다며 원두를 사고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잔에 내린 커피를 먹고 싶었다. 커피는 멕시코어쩌고 하는 커피였다. 나무로 만든 두꺼운 바에 앉아 기다리는데 손님이 들어왔다. 일본 사람인거 같았다. 백발의 바리스타는 능숙하게 일본어로 응대를 했다. 둘러보니 책꽃이에 일본책이 보였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갈고 물을 데우고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 역시나 새하얀 커피잔에 담아줬다. 커피는 가볍고 산뜻했다. 기분좋은 향도 났다. 무었보다 기분이 좋았다. 음악과 공간이 너무 잘어울렸다. 특히나 커피잔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투박한 흰 잔 이지만 한국에서 커피를 시켜서 커피잔에 나온게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최소한 내기억에는 없었다. 바리스타는 나에게 커피에 대한 몇가지를 충고해 주었다. 그마저도 좋았다. 그 공간에서 그와 대화를 나눈다는게 좋았다. 아주 운치있는 가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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