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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오키나와

두번째 오키나와- 첫번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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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에서 로비를 통해 나가려면 가장 가까운 길이 실내 수영장을 지나 바다 옆을 통해 나가는 길이었다. 생강양과 나는 우선 바닷가로 갔다. 하얀 백사장에 하얀 파도가 부서지고 있었다. 우리는 백사장에 들어가 잠깐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을 어떡할까?"내가 물었다

"오늘 돈까스집은 못 가지 않을까" 생강양은 어머니가 오늘 더는 걷기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어디 근처에 차 타고 나가서 먹을까?"

"엄마가 좀 힘든 거 같아, 그래도 장을 봐야 하지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일단 편의점 먼저 갔다 와보자, 로손 갈 거지? 뭐 살 거야?"

"가까운 로손 가자, 마트 못 갈 수도 있으니깐 라면이랑 물이랑 뭐 이것저것?"

"난 칼피스 소다 먹고 싶어"

"일단 편의점으로 가자"

우리는 일단 편의점으로 가기로 했다.

 

호텔을 벗어나 조금만 가니 로손 편의점이 나왔다. 이전에 왔을 때도 이곳에서 이것저것 많이 사 먹었던 기억이 났다. 우리는 어떻게 될지 몰라서 간단하게 쇼핑을 하기로 했다. 생수 큰 걸 하나사고 라면 몇 개 간단하게 먹을 과자 하나 그리고 생강양이 좋아하는 푸ELD 하나 내가 좋아하는 칼피스 워터 하나를 샀다. 계산을 하고 나니 행사가 있는 거 같았다. 계산한 직원이 종이박스를 가져와서 추첨권을 뽑아 보라고 했다. 종이 박스는 반으로 갈라져서 구멍이 2개였는데 한쪽에서는 한장 다른 쪽에서는 2장을 뽑도록 했다. 종이를 뽑아 직원에게 주니 직원은 확인하고 냉장고에서 술을 하나 찾아서 주었다. 레몬 사워로 보이는 캔에 당첨된 듯했다. 우리는 뜻밖의 행운에 기분 좋게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오니 장모님은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 계셨다.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된 게 이때쯤이었다.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셨다. 어머니를 깨워서 우리는 푸딩과 모찌를 같은 달콤한 음식을 먹었다. 장모님께서는 본인은 영 못 움직일 듯하니 우리끼리 저녁을 먹고 들어오라고 하셨다. 우리는 고민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밥을 우리끼리 먹으러 가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일단 어머니는 좀 더 주무시게 하기로 하고 일단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사 오기로 했다. 그동안 어머니는 목욕하시고 좀 더 주무셔서 정신을 좀 차리고 그 뒤에 같이 차를 타고 나가서 밥을 먹던 근처에서 밥을 먹으러 가든 하기로 했다. 일단 그렇게 정하고 우리는 마트로 갔다. 가는 길에 보니 호텔 안에도 식당이 많이 있었다. 심지어 로비에서는 바비큐라 하며 야키니쿠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상황을 보고 호텔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바로 옆에서 야키니쿠를 먹는 것도 재밌어 보였다.

 

생강양과 나는 차를 몰라 맥스 벨류로 향했다. 맥스 벨류는 24시간 하는 마트인데 24시간 해서 좀 더 비싸기는 하지만 편의점보다는 훨씬 저렴해서 지난번부터 애용하는 마트였다. 우리는 신이 나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생강양과 나는 마트나 시장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물도 몇 개를 사고 요구르트도 몇 개를 사고 우유도 하나사고 빵이나 간식거리도 사고, 오리온 맥주도 사고 오키나와 전통 소주도 샀다. 우리는 3박 4일 동안 숙소에 두고 먹을걸 염두에 두고 쇼핑을 했다. 라면도 몇 개사고 보니 김치도 있었다. 일본식 김치는 어른들이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하나 샀다. 우리는 신이 나서 정말 이것저것 사기 시작했다. 커피도 사고 푸딩도 몇 개 사고 우롱차도 사고 심지어 슈퍼 나오는 곳에 교자만두를 구워서 팔길래 교자만두도 샀다. 사고 났더니 3봉지가 가득 찼고 6700엔 정도가 나왔다. 우리는 맥주고 사고 소주도 샀는데 이 정도면 저렴한 거라 생각했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나오니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생강양과 나는 한 시간이 넘게 쇼핑을 했다. 이 정도면 장모님께 충분한 시간이었느니라 생각했다. 장모님이 정신을 차렸기를 바라며 호텔로 향했다.

 

장모님은 우리가 마트에 다녀오는 동안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몸을 좀 담그셨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리셨고 우리가 돌아올 때쯤엔 다시 침대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생강양과 나는 이제야 어머니가 오늘은 더 움직이기 힘드실 거라는걸 알았다. 급한 대로 저녁은 마트에서 사 온 음식으로 먹기로 했다. 다행히 음식은 풍족했다. 종류별로 컵라면 3개를 끓이고 김치를 꺼내고 교자만두를 세팅하니 그럴듯한 저녁이 되었다. 맥주도 한캔을 까서 마셨다. 밥을 먹으면서도 장모님은 비몽사몽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좀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보험을 들고 온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디저트까지 먹고 나자 어머니는 다시 침대로 가셨다. 생강양과 나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동안 호텔 앞을 나가보기로 했다. 어머니가 정신을 못 차리시는 건 걱정도 되고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둘이 나올 수 있는 건 참 좋았다. 우리는 일단은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호텔 앞에는 이자까야가 여럿 있었고 다들 시끌시끌했다. 한쪽편에서 오키나와 전통 공연을 하는 술집이 떠들썩했다.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우리 취향은 또 아니었다. 우리는 한쪽 구석에 조용히 술을 마실 수 있는 집을 찾았다. 어차피 호텔 앞에 있는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술집이었고 그럼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에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강양과 나는 거의 거리 가장 마지막 가게 중 조용하게 마실 수 있는 집을 찾았다.

 

가게는 일본의 여느 선술집처럼 바가 있고 건너편에서 요리사들이 요리를 만들어주는 형태였다. 바의 앞쪽으로 벽이 없이 튀어져 있어 개방감도 좋았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오며 차가운 물수건을 주었다. 나는 일단 오리온 맥주를 주문했고 생강양은 따뜻한 사케를 주문했다. 안주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일단 모찌 두부와 오키나와 전통스타일 스위트 포크를 시켰다. 그리고 계란말이도 시켰다. 그래 일본에 왔으면 계란말이는 먹어야 했다. 가격은 저렴하지는 않았다. 오키나와여서 비싼 건지 아님 이 동네가 관광지여서 비싼 건지 그중에서도 이 가게가 비싼 건지 모르겠지만 생강양과 내가 애정하는 교토의 선술집도 이것보다는 저렴했다. 뭐 어쩌겠는가? 주문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맥주가 먼저 나왔다. 일본의 나마비루는 진짜 세계 최고인 거 같다. 뼛속까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있으니 그제야 긴장이 좀 풀렸다. 그동안 계속 긴장했던 거 같았다. 뒤이어 안주들과 생강양의 사케가 나왔다. 안주는 적당했다. 모찌 두부야 완제품을 사 오는 것일 테니 맛있었고 계란말이는 적당히 맛있고 적당히 평범했다. 돼지고기는 장조림과 족발의 중간 정도의 맛이었는데 냄새도 안 나고 먹을만했다. 나는 맥주 한잔을 더 마시고 장모님이 걱정되어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도 사둔 맥주가 있었고 우리는 밤늦게까지 맥주를 홀짝였다.

 

나마비루......진짜 일본의 나마비루는 세계최고 인거 같다.
이자까야, 이 뒤로 요리사 몇명이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모찌부두와 오키나와식 돼지고기, 모찌부두는 진짜 맛있는거 같다.
계란말이와 온사케 그리고 맥주 
온사케 돗구리 한병, 생맥주 두잔, 계란말이, 모찌두부, 오키나와식 계란말이, 그리고 자리세 두명까지 해서 4708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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