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기 전 장모님은 멀미를 걱정하셨다. 그래서 멀미약도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자 정말 멀미를 하나도 안 했다. 긴장을 하신 건지 흥분을 하신 건지 생글생글 웃으며 연신 창문 밖 사진을 찍고 계셨다, 창문밖에는 거기에 화답하듯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일기예보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하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날씨가 이렇게만 유지되길 빌었다. 장모님은 멀미를 안 하는데 막상 나는 멀미를 했다. 집안 내력인데 나는 약하할뿐더러 자동차멀미 뱃멀미 비행기 멀미도 한다. 비행기가 뜨는 걸 느끼고는 이내 잠을 청했다. 멀미나 나면 잠이 잘 왔다. 그 후로 기억이 듬성듬성 나는데 장모님은 다리를 풀기 위해서 복도를 걸으셨고 생강양은 장모님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내가 잠에서 깬 건 거의 도착할 즈음이었다. 승무원이 자리를 정리해달라고 깨웠다. 나는 창밖으로 오키나와 공항을 확인했다.

4월의 오키나와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덮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래도 4월의 오키나와는 동남아 정도로 습하고 덥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온이 그렇게 높지도 습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고 건조한 늦여름 날씨에 가까웠다. 이 정도의 기온과 습도면 여행 다니기 딱 좋았다. 생강양과 나는 여행 기간 동안 비만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생강양이 걸음이 느린 장모님을 모시고 오기로 하고 내가 먼저 입국 심사를 받고 짐을 찾고 있기로 했다. 난 둘을 뒤로한 체 앞으로 나갔다. 입국심사대를 지나 수화물을 찾아오니 생강양과 장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바로 렌터카를 예약한 OTS직원을 찾았다.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에서 일하는 OTS 직원은 놀랍게도 한국인이었다. 반갑고 안심이 되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셔틀버스를 타는 정류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직원은 안타깝게도 한국말을 못 하는 일본인이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OTS 매장은 공항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국인 직원이 두 명 정도 보였다. 최근 한국 사람이 오키나와에 많이 오기는 한가 보다. 내가본 한국인 직원만 3명이었고 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한국인이 있어 편리한 건 있었다. OTS는 차량을 빌려주기 전에 간단한 교육을 해준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체다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단하게 운전하는 법, 일본의 신호등 보는 법 그리고 위기가 있을 때나 사고가 났을 때 대처법 등을 설명을 해준다. 매장 한가운대 있는 판넬에서 버스에서 내린 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해주었는데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교육을 해줘서 무척 편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고 카운터에서 센터 절차를 진행할 때는 일본사람이 배정되었다. 우리를 교육한 한국인은 옆에 아저씨 아줌마 그룹으로 배정되었다. 처음에 우리에게 배정된 사람은 나이가 조금 있고 능숙해 보이는 여성 직원이었는데 갑자기 한눈에 봐도 어려 보이는 여성을 부르더니 우리 담당을 시키고는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누가 봐도 처음 업무에 투입된 여성은 좀 어리버리하기도 했고 뒤에 선배에게 물어가면서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갔다. 덕분에 우리와 함께 온 다른 그룹들은 모두 먼저 떠났고 우리가 가장 나중에 차량을 렌트할 수 있었다.
처음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때 우리는 중간단계의 보험을 들었다. 그렇게까지 비싼 프리미엄 보험이 필요할까 싶어서였다. 낮은 단계의 보험을 들면 보험료가 약 3만원 정도가 나왔고 우리가 선택한 중간단계 보험은 약 6만원 프리미엄 보험은 약 9만원 정도로 단계마다 3만원 정도의 차이가 났다. 우리가 초보 직원과 함께 열심히 수속을 밟고 있는데 옆에 재밌는 안내문이 보였다. 해당 영업소 오픈기념으로 프리미엄 보험에 가입하고 인증을 하면 기념 가방을 준다는 것이었다. 가방은 옆으로 메는 숄더백으로 일단 크기가 마음에 들었고 만듦새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OTS 마크가 크지 않아서 평소에 사용하기도 좋을 듯 했다. 3만원의 값어치는 할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직원에게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직원은 특별한 기준은 없고 해당 판낼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된다고 했다. 나는 잽싸게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고 가방을 추가로 받았다. 이 가방은 가볍고 지갑과 여권 등의 자질구레한 것을 넣어 다니기 딱 좋아서 여행 내내 이 가방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렌터카를 수속이 끝나고 기다리는 동안 먼저 포켓 와이파이를 받았다. 와이파이를 연결하니 비로소 무언가 안심이 되었다. 비록 카카오톡에 톡이 온건 없지만 그걸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무언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생강양과 상의하여 츄라우미 수족관의 표를 미리 샀다. 한 장에 1,600엔씩 3장 4,800엔에 샀다. 참고로 차량은 16,220엔, 한국 돈으로 168,195원에 카드로 계산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데 한 시간 정도가 걸렸고 장모님은 뒤쪽 벤치에 앉아계셨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구경도 하셨지만 나중에는 그냥 멍하게 앉아 계셨다. 이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어야 하는데.......

수속이 끝나고 드디어 차량을 받았다. 차량은 하얀색 도요타의 AQUA 하이브리드였는데 새 차인 듯 흠집도 몇 개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그게 무엇보다 좋았다. 혹시나 정말 우리나라의 마티즈만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큰 사이즈의 케리어가 트렁크에 넉넉하게 들어갔다. 우리는 가장 먼저 휴대폰 거치대를 설치했다. 이번 여행을 가면서 구입한 물건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게 휴대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 있는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였다. 지난번에는 이게 없어서 옆 사람이 계속 휴대폰을 들어주고 말로 설명해주어야 했는데 6000원짜리 가장 저렴한 거치대 하나로 그 모던 게다 해결되었다. 휴대폰 거치대까지 설치한 우리는 바로 호텔을 향해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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