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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신혼여행기-이탈리아

신혼여행기 #19 이탈리아 음식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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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나온후 우리는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밥먹을곳을 찾았다. 일단 두오모 주변가게들을 둘러보다가 민박집 주인이 알려준 가게를 가기로 했다. 그곳은 12유로에 요리와 물, 무엇보다도 와인이 4분의1병이 나온다고 했다. 가게는 피렌체 외각지역에 있었지만 로마에서 단련된 우리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로마에 비하면 피렌체는 작은 동네였고 외각이라고 해봤다 두세골목만 지나면 되는 곳이었다. 

식당으로 가는 곳은 말그데로 외각지역의 뒷골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화려하지 않은 가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가구나 액자를 만드는 공방이 있었고 또 예를 들면 스파게티 면을 만들어 파는 가계가 있었다. 안쪽에서 직공들이 분주하게 스파게티 면을 만들고 가계 앞쪽에서 스파게티를 무게를 달아서 팔고 있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작은 가계들이 살아있다는것, 그리고 그렇게 작은 가계에서 만드는 스파게티가 있다는게 부러웠다. 획일화된 서울에서 대기업에서 만든 식품이 아닌 가계마다 다른 동네에서 만든 스파게티가 있다는게 부러웠다. 국수는 떠나서 두부마저 대기업에서 독점한 대한민국에서온 나로써는 그런 작은 가게가 살아있다는게 참 부러웠다. 

가계는 생각보다 작았다. 입구는 정말 딱 젤라또 가계 입구 만했고 안에는 테이블이 4~5개 정도 였다. 주인장은 아저씨였는데 딱 마피아의 돌격대장처럼 생겼다. 모르고 갔으면 마피아의 비밀기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아저씨 보기와는 다르게 친절(?)했다. 무뚝뚝하던 아저씨가 딱한번 보여준 미소는 못잊을꺼 같다. 나는 그릴드 비프를 주문했고 생강양은 크림버섯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잠시후 요리가 나왔고 스파게티는 놀라웠다. 솔찍히 그릴드 비프는 별로 요리랄게 없었다. 다만 얇은 고기를 구워서 줬을 뿐이다. 그런데 스파게티는 달랐다. 일단 스파게티 면이 홈메이드였다. 우동처럼 굵은 면이었는데 우들투들하고 기계에서 뽑은것처럼 죽 길게 나지 않고 삐뚤삐뚤했다. 그 면을 크림과 버섯을로 볶았는데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심지어 생강양의 취향대로 파마산을 몇숟깔이나 넣어서 섞었는데도 느끼하지 않았다. 놀라웠다. 솔찍히 고기보다 훨씬 맛있었다. 저런 마피아 돌격대장 같은 아저씨가 이런 요리를 만들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좋았던게 거기는 현지인들의 식당같았다. 일단 외국인이 우리뿐인거 같았다. 거기 오는 손님들은 모두 주인장과 정다운 인사를 나눴다. 마치 오랜 달골인거 처럼 보였다. 물론 라틴어를 몰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몰랐다. 마치 우리만의 맛집을 찾아낸거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도 이때는 모르고 나중에 되서야 안건데 이탈리아식당에는 점심메뉴라던가 저녁메뉴라고 나오는 일종의 세트메뉴가 있다. 동알한 가격을 내면 메뉴판에서 골라서 먹을수가 있다. 그때 첫번째 메뉴가 있고 두번째 메뉴가 있는데 그 둘을 다 시킬수가 있다. 보통 첫번째메뉴에는 스파게티라던가 해물이라던지 그런 가벼운 음식이 있고 두번째 메뉴에서는 그릴드 비프라던지 소고기 스튜라던지하는 무거운 음식이 있다. 우리는 이때 까지만 해도, 아니 피렌체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생강양이 스파게티를 시키고 내가 그릴드 비프를 시키니 주인장이 당황하는 모습이 잠깐 보이더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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